<도쿄이야기>가 다루는 도쿄는 우리가 아는 메갈로폴리스 도쿄와는 조금 다른 장소다. 옛 에도의 흔적이 남아있고, 에도의 문화를 그리워하지만, 문명개화와 재해와 전쟁을 겪으며 옛것들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근대 도시 도쿄다. <도쿄이야기>는 그런 도쿄의 정취와 시타마치[각주:1]에 대한 향수와 변혁으로 가득한 도시문화사다.

<쇼와 겐로쿠 라쿠고 신쥬>는 옛 에도시대부터 서민들의 오락거리였던 라쿠고[각주:2]를 계승하는 쇼와시대 사내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다. 단순히 라쿠고를 소재로 했을 뿐만 아니라, 이 작품이 마치 하나의 라쿠고인 것처럼 그려진다. 이야기에 담긴 희비, 덧없음, 도쿄 시타마치의 모습은 정말 그 자체로 라쿠고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. 덤으로, 여러 의미에서 현대의 라쿠고가라고 할 수 있는 베테랑 성우들의 홀린듯한 연기도 끝내준다.

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 <도쿄이야기>와 <쇼와 겐로쿠 라쿠고 신쥬>(1기)를 접하게 됐다. 비록 배경이 되는 시대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, 그리고 논픽션과 픽션이라는 차이는 있지만, 두 작품에 등장하는 도쿄는 같은 장소다. 똑같이, 시타마치의 풍류와 황혼을 아름답게 그리워하고 있다.

<도쿄이야기>는 1983년에 출간됐으니 벌써 30년도 더 전의 책이다. 그러니까, 저자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교수가 '그래도 아직 시타마치의 분위기가 남아있다'고 짤막하게 언급하는 그 도쿄조차 벌써 40년 전의 옛날 도쿄다. <쇼와 겐로쿠 라쿠고 신쥬>에서 액자 바깥의 시간적 배경 역시 비슷한 시기다. 즉 옛 도쿄를 회고하는 이 작품들의 화자도, 지금 시점에서는 옛날옛적 쇼와시대의 사람인 셈이다.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뭔가 먹먹해지는데 그 사이에 도쿄는 또 얼마나 변했으며, 시타마치의 흔적은 얼마나 더 희미해졌을까?

다 읽고 사이덴스티커에 대한 자료를 좀 찾아봤다. 그는 2007년의 어느 일요일, <도쿄이야기>에서도 여러차례 언급된 우에노 공원의 시노바즈 연못을 산책하다가 넘어져 머리에 부상을 입고, 몇개월 뒤 사망했다고 한다. 죽음을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최후는 어쩐지 라쿠고스럽달까, 허무하고 기묘한 느낌마저 있다. 그가 사랑하던 도쿄에서, 옛 시타마치의 흔적이 그나마 남아있는 시노바즈 연못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.

시간내서 그가 번역한 작품들과 자서전, (비록 번역은 안 되어있지만) 후속작 <Tokyo Rising>까지 다 읽어봐야겠다.

  1. 下町. 옛 에도와 도쿄에서 주로 상인, 직인 등 서민들(쵸닌)이 살던 저지대로서 지금의 도쿄 동부에 해당한다. 무사 계급과 관료가 살던 서부의 고지대 야마노테가 지금은 도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. 참고로 책의 원제인 [Low City, High City]도 시타마치와 야마노테를 의미한다. [본문으로]
  2. 落語. 일본의 전통 만재의 일종 [본문으로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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